고유가와
지구온난화로 저탄소 녹색성장이 주목받고 있다. 이미 선진 각 국들은 이 같은 추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8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내세우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현재 ‘녹색성장 기술’을 개발하고
보급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공공기관, 기업 등에서 ‘녹색성장’의 현재와 가능성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이
집에선 외부 기온이 영하 4℃ 이하로 떨어지지만 않으면 TV나 컴퓨터를 켜놓거나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도 난방이 가능합니다. 사람
몸이나 가전제품에서 열이 나잖아요? 집이 워낙 고단열·고기밀이라 실내온도가 잘 안 떨어지기 때문에 1㎡에 10W 정도의 작은 열원만
있어도 난방이 되는 거지요.”
대림산업 기술연구소 환경연구지원팀 원종서 박사는 대림산업이 지난 7월 공개한 ‘에코
3리터하우스’를 이렇게 설명했다. 3리터 하우스란 1㎡를 난방하는데 연간 3ℓ의 등유만 필요할 정도로 에너지를 사용이 적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연간 17.5ℓ가 필요한 기존 아파트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에너지 사용량을 줄여 기후변화에 대비해야 하는 시대에
제격인 주택인 셈이다.
“단열로 냉난방 부하 80% 감소”
그렇다면
어떻게 이 같은 일이 가능한 것일까? 집안에서도 오리털 파카를 입고 지내는 걸까? 답은 단열에 있었다. 원 박사는 “3리터 하우스는
단열 등을 강화해 기존 주택대비 냉난방부하를 80% 가량을 줄였다”며 “에너지 절감 주택에선 단열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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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광역시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대림산업 건축환경연구센터의 모습. 대림측은 이곳에서 에코 3ℓ 하우스 체험관을
운영하고 있다. |
이를 위해 대림산업은 창호와 단열재로 기존 상품보다
4배나 성능이 좋은 ‘슈퍼창호’, ‘슈퍼외단열시스템’을 사용했다. 이 같은 기술로 건물의 보온·냉성을 기존 아파트보다 7배를
향상시켰다.
또 열손실을 줄이기 위해 공기가 흐르는 통로인 덕트를 땅 속에 묻었다. 지중덕트로 외부 공기를 유입해
환기하면 열 낭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차갑거나 뜨거운 외부 공기는 일정한 온도를 내는 2.5m 지하를 지나면서 3~4℃ 가량
덜 차갑거나 덜 뜨거운 공기로 바뀌게 된다. 효율은 다르지만 수온차 냉난방이나 지열 냉난방과 같은 원리이다.
이렇게
단열을 강화해 외부 기온의 영향을 줄였기 때문에 영하 4℃ 이하로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 한 좀처럼 보일러를 가동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기존 아파트에선 일반적으로 외부 온도가 영상 18℃ 이하로 떨어질 때부터 난방을 시작하는데, 3리터 하우스에선 외부 온도가
0℃ 이하로 내려가도 내부 온도가 20℃ 수준을 유지했다. 한 겨울날엔 차갑디 차가운 외풍을 이겨내기 위해 온 가족이 아랫목에 모여
이불을 둘러쓰고 있었던 과거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만 하다.
옥상에 잔디 깔아 지붕 온도 4℃ 낮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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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에 깔린 잔디는 지붕 온도를 4℃ 가량 낮추고 옆에 설치된 풍력발전기는 전기를
생산한다. |
대림산업은 여기에 다른 기술을 접합시켜 에너지 사용량을 줄였다.
열효율이 높은 콘덴싱보일러를 사용하고, 전력소비가 적은 LED 조명을 설치해 에너지 소비를 줄였다. 또 옥상엔 잔디를 깔아 지붕의
온도를 4℃가량 낮췄고 옥상에 고인 빗물을 정화해 화장실, 청소, 조경용수 등으로 재활용한다. 이밖에도 지하주차장처럼 빛이 들어오지
않는 곳엔 반사경 등을 활용해 자연채광하는 집광시스템을 도입해 에너지 소비를 줄였다.
특히 옥상과 세대 벽면, 창문 및
옥상에 태양광발전시스템을, 옥상엔 소형 풍력발전기를 설치해 전력을 생산한다. 에너지를 사용을 줄이는데 그치지 않고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기도 하는 것이다.
대림측은 이같은 기술을 완벽하게 적용할 경우 에너지 소비량 제로를 뛰어넘어 자체생산한 전기를
팔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림측은 2012년까지 이를 실현한다는 목표 아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물론
현재 수준의 3리터 하우스 기술을 일반 아파트에 적용할 수는 있다. 다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우선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분양가 상승이다. 3리터 하우스 기술을 적용하려면 비용이 두 배 이상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분양가가 높아지면 아무리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구매자가 적어진다.
올해 에너지 절약 30% 주택 분양… 내후년 50%로
확대
이에 대림은 올해엔 확장형 표준주택 에너지 사용량보다 에너지 사용량을 30%를 절약하는 수준에서 시작해
점차 확대하는 방식으로 가격 부담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올해 4월 분양한 울산 율곡지구부터 3중 창호, 고성능단열재, 콘덴싱 보일러
등을 사용해 에너지 사용량 30% 절감 아파트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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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환경연구센터 주차장에 설치된 태양광집광시스템 덕에 주차장 내부는
환하다. |
가격보다 더 큰 부담은 용적률의 문제라고 한다. 현재 3리터
하우스 수준의 단열 성능을 확보하려면 기존 아파트보다 5% 가량 공간이 줄어든다. 벽이 그만큼 두꺼워지기 때문이다. 100채를
짓는다고 하면 5채를 지을 공간이 사라지는 셈이다. 업체 입장에서 보면 사업성이 크게 떨어진다. 이런 까닭에 에너지절약 아파트의 경우
용적률을 높이거나 일정 두께 이상의 단열재를 부착물로 인정해 용적률 부담을 줄이는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대림측은 내년엔 에너지 절약량 40% 아파트를 분양하고, 내후년엔 그 수준을 50%까지 확보할 계획이다. 또 외부 기온
변화에 영향을 적게 받는 ‘패시브’ 하우스인 3리터 하우스 개발이 완전히 끝나는 2012년 이후엔 건축물 스스로 외부 환경변화에 맞춰
최적의 주거환경 상태를 찾는 ‘액티브’ 주택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친환경 주거공간으로 ‘E-큐브’
삼성물산도
에너지 절약형 주택 개발에 나서고 있다. 삼성측은 지난 9월 친환경 주거공간으로 ‘E-큐브’를 제시했다. 삼성측의 설명에 따르면
E-큐브란 친환경 에너지 저감 기술을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최적화한 초저에너지 공간이다.
일반유리보다 6배나 단열효과가
높은 단열유리, 열의 교류를 활용해 실내의 일정한 온도를 유지시켜주는 이중외피 시스템, 대기 중의 열에너지를 난방에 활용하는 에코
히팅 펌프 등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했다. 또 사람의 위치를 파악해 집중적으로 냉난방을 해주는 지능형 냉난방시스템, 공간별 에너지
사용량을 수시로 체크하는 에너지관리시스템 등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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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측이 개발한 ‘소형 배기풍력 발전 시스템’의
모습. |
태양빛을 전기로 바꾸는 유리창, 배기구 풍력을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소형 배기풍력 발전 시스템’ 등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도록 했다. 이밖에도 일반 가정에서 버려진 물을 온실에서 수생식물과 미생물로
처리해 양변기나 수경시설 용수로 활용하고 여기서 열을 회수하는 자연 재활용 시스템도 도입했다. 삼성측은 에너지관리시스템의 경우,
분양하고 있는 아파트에 적용하고 있는 중인데, 다른 기술도 점차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2006년
현재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 사용량 중 가정, 상업, 공공 부문의 건물에서 사용한 에너지는 22.9% 가량이다. 냉·난방 등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이같은 기술이 좀더 일반화된다면 전체 사용에너지를 대폭 줄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게다가 이는 관련 산업의 발전 뿐
아니라 건설업의 발전까지 이끌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열을
해봅시다
에코 3리터 하우스 등 에너지 절감 주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열이다. 단열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냉난방의 필요성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 지열이나 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냉난방에도 커다란 차이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가장 큰 효과를 거두려면 설계 단계에서부터 단열을 염두에 두고 집을 지어야 한다.
기존 주택이나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도
에너지 낭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가정에서 열을 훔쳐가는 주범은 창문이다. 전체 열손실의 42%가 창문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창문을 꼼꼼히 살펴보면 의외로 바람이 들어올 공간이 많다. 특히 단일 유리창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이럴 때 유용한
것이 방풍용 문풍지 등 방풍용품이다. 현관문과 각 창문, 방문 등 용도별로 사용할 수 있는 문풍지는 시중에서 구할 수 있다. 또 창에
특수비닐을 붙여 이중창 효과를 내는 방법을 활용할 수도 있다.
히터나 선풍기형 보조난방기구를 사용하는 가정이라면 창가나
문가처럼 냉기가 들어오는 곳에 두고 쓰면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온기가 냉기 위로 올라가 실내를 골고루 데워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