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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개를 하자면 나는 작년에 지방대에서 공학을 전공하고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현재는 다행스럽게도 정규직 근로자로 일하고 있는
30대 중반의 아이아빠다. 얼마 전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박사라는 타이틀이 오른 적이 있다. 혹시 좋은 얘기일까 하고 클릭 해보았다. 기사
타이틀을 보고 내 얼굴에는 요즘 유행하는 썩소가 자연스럽게 지어졌다. 기사 타이틀은마치 문학 소설의 제목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가방끈 길어 슬픈‘비정규직 박사’ 목이 길어서
슬픈 사슴은 들어봤지만 가방끈이 길어서 슬프다니 참 아이러니한 제목이었다. 기사 내용은 최근에 노동부가박사학위 소지자는 해당 분야에 2년
이상종사해도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는다는‘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법률’시행령 안에 대한 내용이었다.
얼마
전까지 나는 몇 군데 대학에서 시간 강사 생활을 한 적이 있다. 주위에 다른 분들도 나와 비슷한 처지에 박사학위를 갖고 계신 분들이 많이
계셨다. 다들 30대 중반에서 후반까지의 연령대가 대부분이었고 몇몇 분은 40대를 넘기신 분도 계셨다. 외관상으로 시간강사는 전임
교수들과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호칭도 교수님, 하는 일도 전임교수님들과 똑같은 일을 한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립대의 경우 시급
17,000원에서 25,000원 사이에 돈을 받으면서 15주 동안 강의를 하고 어떤 경우에는 학생 모집에 동원되면서 그나마 있는 시간자리라도
유지하기 위해열심히 충성한다. 방학 때는 실업자가 되어 나름 아르바이트나 다른 일로 생활을 유지한다.
처음 비정규직법안이 발표되었을
때 시간강사사이에서는 상반된 두 가지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었다. 첫 번째 의견은 정부가 주도한 법안이니까 대학에서 어쩔 수 없이 따르게 되면
다들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도있다는 희망적인 의견과 두 번째 의견은 2년 이내에 재계약을 포기하고 그나마 있던 시간강사 자리도 못할 수 도
있다는 비관적인 의견이었다.
여러 가지 기대가 있었지만 결국 정부는 비정규직 박사 졸업자를 가장 많이 채용하고 있는 국가 출연
연구소와 대학의 손을 들어주면서 여지없이 우리를 실망시켰다. 비정규직들을 보호하자니 그 많은 비정규직 박사 인력을 정규직으로 전환 해야하고
2년 안에 모두 해고하자니 적은 돈으로 박사급 고급인력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 것이다. 결국
비정규직을위해 만들어놓은 법이 정부의 발목을 잡은 꼴이 되었고 정부는 자신의 구미에 맞는‘비정규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라는 웃기지도
않는 법을 만들게 되었다.
최근에 발표된 박사 졸업자들의 비정규직 예외법안은 가방끈이 길다는 이유로 아무 근거도 없이 정부와 대학의
이익을 위해 시행되는 불합리한 조치로 여겨진다. 이시대의 시간강사(박사 졸업자)의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 빛 좋은 개살구, 호칭은 교수,
실제는 박봉의보따리 장수재계약이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파리목숨 같은 허울 좋은 국가 연구소 연구원, 정부에서 이러한 법안을 시행하게 된
그배경을 들여다보면 박사급 비정규직을 가장 많이 채용한 곳은 국가 출연 연구소와국공립 사립 대학교 들이다. 이들 기관들은 2년 후 정규직
전환으로전환되는 법이 시행될 경우 그 많은 비정규직 박사졸업자들을 모두 해고해야 한다. 그러나 대학이나 연구소들은 그런 고급인력들을 싼값에
계속 이용하기 위해 법을바꾸면서까지 박사 졸업자들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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