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일입니다. 모 여교사가 형광등 2개 교체와 출입문을 수리하여 달라고 쪽지를 보내 왔었습니다. 그 전에 얘기도 했었고 해서 미안타 싶어 출장을 갔다 와 퇴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올라갔습니다. 교실에 들어서니 그 여교사 책상에 앉아서 고개만 까딱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합니다.
형광등 하나는 구멍에서 약간 비껴져 맞추어지지 않은 거라 바로 끼우니 불이 들어왔고 다른 하나는 형광등 자체에 문제가 있어 켜지지 않았습니다. 헌데 형광등을 다는 도중에 그 여교사 왔다 갔다 하면 빈정거리는 투로 이런 말을 하더군요. “이 학교는 시설이 제대로 되어 있는 게 없어” 라고요.
다음으로 여닫이가 안 좋은 출입문을 수리하였고, “형광등 하나는 형광등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 켜지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일을 마치고 내려가려 하는데 그 여교사 책상에 앉아서 고맙다는 인사 한마디 없더군요. 그저 형광등만 보고 있더군요.
그 다음날인가 오전에 그 여교사 인쇄를 요청하더군요, 12시 까지 부탁한다고, 그것도 매번 당일치기로 인쇄를 맡기더군요.
이런 기본적인 예의도 없고 돼먹지 않은 교사에게 저는 편의를 봐 주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습니다. 해주어야 할 것도 하지 않겠습니다.
여러 선생님들은 학교에서 일명 ‘기사’라고 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떤 교사분이 학기 초에 아이들에게 그렇게 가르치더군요, 우리 학교에서 제일 힘들고 고된 일을 하는 분들이라고, 그리고 다수의 편지를 아이들로 하여금 저희에게 보내게 하였는데, 한편 고맙기도 하였지만 또 한편 씁쓸하기도 하였습니다. 왜 우리들을 그런 식으로 생각할까?
일전에 선생님 한분과 술자리를 함께 할 수 있었는데 그 분 까놓고 말씀하시더군요, 막말로 학교 기사라고 하는 사람들이 잡부처럼 그런 일 하는 거 맞지 않냐, 그리고 학교에선 아이들이 우선이고 그 다음이 선생이라고 그리고 나머지는 보조일 뿐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은 말씀이라고 봅니다. 학교라는 시설이 아이들을 중심으로 교사는 가르침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로서, 행정실은 회계업무 및 기타 관리업무를 하는 주체로서, 우리 일명 ‘기사’들도 시설관리 및 안전관리를 맡고 있는 하나의 주체일 뿐이지 누가 누구의 보조일 수는 없습니다. 서로가 아이들에게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한 팀일 뿐 그리고 팀원으로서 서로 동료의식을 가지고 대우해야 할 주체이지 누구는 주체이고 누구는 보조일 수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 일명 ‘기사’들은 학교에 있는 잡부가 절대 아니며 학교시설관리인으로 시설관리와 안전관리라는 고유한 업무를 가지고 있는 당당한 하나의 교육 주체입니다.
얼마 전에 시설 점검을 하다가 두 가지 일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지하 급수펌프 누설인데 그걸 수리하신 분이 그러시더군요. “펌프 안에 있는 축에 끼워져 있던 쇠가 깨져 있었다. 계속 펌프를 가동하였다면 펌프가 터질 위험이 컸고, 그랬다면 지하 기계실은 물바다가 되었고 여타 다른 시설에 많은 피해를 주었을 것이다.”라고요. 급수시설의 장애는 물과 관련된 아이들의 급식 및 용변 등에 많은 불편을 초래하여 수업에 많은 지장을 주었을 것입니다.
두 번째는 지금 0층 00실 앞 건물 외벽 벽돌 붕괴 위험입니다. 자칫 아이들의 생명 및 신체에 커다란 위해를 줄 수 있는 위험요소였었습니다.
이런 등등의 시설 안전 점검이 교사들이 하는 일과 비교해서 과연 그 값어치가 뒤떨어진다고 보십니까? 일명 ‘기사’라는 사람들이 할 일 없이 빈둥거리며 숙직실에서 누워만 있고 어쩌다 일을 하면 고된 일만하는 사람들이라 생각하시나요?
세상은 너무나 빨리 변하고 있는데 우리 교육기관은 아직도 구태의연한 습성에 젖어 헤어나질 못하고 허우적거리고 있는 모양이네요. 더 가슴 아픈 것은 선배 교사들의 잘못된 인식이 계속해서 후배 교사들에게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고요.
지금 현재 일명 ‘기사’라고 하는 사람들에 대한 실태를 알려 드리고 싶네요. 이들은 기능직공무원입니다. 경력직공무원이죠. 학교에서 시설에 관한 전반적인 일을 맡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좋게 말하면 학교에서 건축토목관리, 기계설비관리, 전기안전관리, 소방안전관리, 가스안전관리, 조경관리, 인쇄업무, 출장 기타 잡무 등이죠.
이들은 특별한 사무공간이 대부분 없답니다. 그저 숙직실이나 발간실 아니면 창고에 거주시키죠. 뭐 책상과 컴퓨터는 물론 거의 챙겨주지 않죠. 정부에서 공무원 1인 1PC 정책의 일환으로 컴퓨터를 지급하라고 공문이 내려 왔는데, 뭐 예산이 없다나 그리고 ‘기사’가 무슨 컴퓨터가 필요하느냐 그런다고 하더군요. 근데 계약직이나 심지어 공익도 새 컴퓨터를 지급하면서 정규직원인 일명 ‘기사’에겐 왜 그렇게 인색할까? 기사들은 시설과 안전에 관련된 지식 검색은 전혀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건가? 다행히 저는 고맙게도 전임 실장이 헌 컴퓨터와 책상을 하사해주어 그나마 나은 실정이지만 다른 학교는․․․ 현 실장이 그러더군요 기사님들처럼 이렇게 컴퓨터와 책상을 갖춘 곳이 없으니 행복한 줄 알라고...
일전에 6급으로 퇴임하시는 같은 기능직 선배님 퇴임식에 갔었는데 안내표지에 “○○○기사님 정년 퇴임식”이라고 적혀 있더군요. 실제로 저는 어디 버스기사 아니 택시기사님의 퇴임식인가 생각했었습니다. 그래도 명색이 6급 기능직, 경력직공무원인데 하고 많은 호칭 중에 ‘기사’가 뭡니까? 학교 내에서도 그렇습니다. 계약직이나 행정실에 근무하는 기능직공무원은 '주사 혹은 선생님'으로 불리는데 우리는 기사라고 하더군요. 호칭이 중요한 게 아니지만 호칭으로 인해 하대하고 깔보고 잡부 취급한다면 그 호칭은 당장 벗어 던져 버리고 싶지 않을까요?
일명 ‘기사’들은 발령과 동시에 업무를 시작합니다. 일반직이 3개월 동안 직무연수를 하는 것에 비교해서 하루도 학교시설에 관련된 연수를 받지 않은 채 업무를 시작합니다. 일 같지 않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 이거죠. 차후에 업무에 관련된 교육을 받으러 가려해도 이 눈치 저 눈치 다 봐야하고 교육청 차원에서 가스, 보일러, 건축물 붕괴, 소방 등에 관한 기본적인 안전교육과 정보화교육은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리고 혹여 사고라도 나면 그 책임은 일명 ‘기사’들에게 거의 다 떠넘겨지고요.
또한 일반직이 12년이면 거의 대부분 6급으로 승진하는데 비해 일명 ‘기사’들은 20년이 지나도 9급에 머물고 있답니다. 지난 96년부터 기능직도 근속승진이 아닌 일반승진이 있었는데 그 자체도 시행하지 않았고 최근에야 말들이 나오자 생색을 내며 그것도 가능한 인원 전부가 아닌 일부분만 승진을 시키고 있답니다. 정작 자신들은 승진에 그렇게 목메고 민감해하며 갖은 아양을 다 떨며 승진을 하려고 애를 쓰면서 같은 교직원이라고 하는 일명 ‘기사’들에게는 코딱지 정도의 승진 정원이 나와 있는데도 승진시키지 않았고 그로인해 급여와 연금에 막대한 손해를 입히고도 그들은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있고요.
이런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교사들은 우리 일명 ‘기사’들에겐 어떤 존재일까요. 제가 대부분의 시설관리 선배님들을 만나서 얘기하다 보면 거의 모든 분들 하시는 말씀이 “선생들 잘 해줄 필요 없어”라는 말입니다. 처음에는 이해를 못했습니다만 이제는 납득이 가네요.
일부 교사들, 옳지 못한 것이라고 뻔히 알면서도 무엇 때문일까 말 한마디 똑바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주제에 다른 사람의 허물은 잘도 씹어 대더군요. 가증스럽게도 겉으로는 안 그런 척 하면서 뒤에서는 여타 직원을 마구 무시하고 조롱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교직사회가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떠드는 참새 떼인가요?
앞으로 000 주사님을 비롯한 저를 건물 잡부가 아닌 당당한 학교시설관리 주체, 동등한 교육주체로서 진심으로 인정해주시고 대우해주십시오. 차후에도 돼먹지 않은 행동을 하는 교사에 대해서는 거기에 상응해서 맞서겠습니다.
그리고 업무에 대해서 몇 가지 말씀 드리겠습니다.
앞으로는 메신저 파일로 인쇄 업무를 받지 않겠습니다. 어차피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직접 가지고 오셨고 몇 분의 교사들만 이용하였으며 일부 젊은 교사들의 버릇없는 행태가 못 봐줄 정도여서 인쇄 업무에 약간의 변화를 주겠습니다.
다른 학교에서는 이미 실시하고 있다고 하는데, 우선 인쇄를 하는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교감선생님까지의 결재를 받은 것에 한하여 하겠습니다. 그리고 인쇄에 관한 몇 가지 사항을 적은 ‘용지’를 항시 가지고 오시도록 할 것이며 그 용지가 없을 시에는 인쇄를 하지 않을 것이며, ‘인쇄일지’를 새로이 만들어 선생님 성함과 인쇄매수, 선생님 싸인 등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오전 시간에는 시설안전관리업무를 보는 관계로 오후에만 인쇄 업무를 할 것이니 하루나 이틀 전 미리 신청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행정실 옆 복사 용지도 필요량을 제가 품의하여 올려왔으므로 실장님, k 주사님과 상의하여 발간실에 두고 관리하여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디지털 예산회계시스템에 맞추어 예산 편성과 집행의 오차를 줄이기 위해 복사용지 이용 부분에 대해서도 ‘일지’를 만들어 가져가는 사람들의 성함과 싸인을 받도록 해 불필요한 예산 누수를 방지하도록 하겠습니다.
형광등 및 교실 내 시설미비점은 앞으로 설문지를 돌려 파악한 뒤 방학을 이용하여 미리미리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으며 학기 중엔 될 수 있으면 사소한 시설적인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교실 내 여분의 책걸상 등에 대해서도 말씀드리면 앞으로 00월 0일 경에 새 책걸상이 들어올 예정인데 그때 지금 옥상에 있는 책걸상도 처리할 예정입니다. 해서 새 책걸상이 들어온 다음부터는 교실 내 여분의 책걸상을 함부로 옥상에 갖다 놓지 마실 것을 당부 드리며 만약 그것을 교실에서 치우고 싶으시면 항상 오 주사님이나 저에게 말씀하시고 처리해 주셨으면 합니다. 옥상에 그렇게 아무렇게나 잔뜩 쌓아 놓는다면 나중에 혹시 모를 사태 시 장애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선생님들은 하루 이틀 교직생활을 하실 분들이 아닐 것입니다. 선생님들이 언제까지나 이 학교에 계시는 것도 아니고요. 선생님들 중엔 교감선생님, 교장선생님, 그 이상으로 올라가실 분들도 계실거구요.
부탁드립니다. 예전의 고용원일 때, 방호원일 때의 모습으로 ‘기사’들을 생각하지 말아 주세요. 학교시설관리과 안전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동등한 동료로서 바라봐 주십시오. 여러분들이 교사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하는 것처럼 그들도 학교시설관리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하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기본적인 예의범절은 꼭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교장선생님을 위시한 여러 훌륭하신 선생님들께는 송구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출처 : 기능직 공무원 10급 까페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충절로 129, 2층(우 31126) Tel:041-579-4501 (사무총장 010-4808-4263) Fax:041-576-0122 (0303-0674-4501) Copyright 2020 충남교육노동조합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