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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노동자 발목 잡는 학교부역노동
· 작성자 : 조합원   · 작성일 : 2007-05-30   · 조회수 : 149
· 첨부파일 :
[기고]여성노동자 발목 잡는 학교부역노동 폐지돼야

학교부역노동은 모성을 볼모로 한 노동력 착취



▲조주은 *

몇 해 전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고 나니 1학년 2학기부터 학교급식이 실시된다고 한다. 일하는 어머니 입장에서 2학기부터의 학교급식소식은 반갑기 짝이 없었다. 며칠 후 아이는 ‘어머니급식당번 봉사활동표’라고 적혀있는 공포의(!) 급식당번표를 가지고 왔다. 한 학급의 모든 학생 이름 옆에는 한 달에 두 번씩 엄마들이 학교에 와야 하는 날짜가 빠짐없이 적혀있었다.


2004년 현재 기혼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50% 가까이 되고, 전체 가족 형태에서 한 부모 가족과 조손 가족 비율은 10%를 넘어선다. 더 나아가 전체 인구 10%에 해당하는 장애인 비율을 고려해보면, 본인이 장애인인 어머니 혹은 가정에서 장애인을 돌보고 있는 어머니도 상당수를 차지한다. 그러나 학교 사회는 어머니들이 처한 상황, 차이와 다양성을 무시하고 여성들을 동질화된 범주로 보고 있다.


결국 이 땅의 좋은 어머니는 작업장에서 미싱을 돌리고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며 아파서 누워 있다가도 벌떡 일어나 자녀 사랑으로 미화되고 학교 참여라는 이름으로 왜곡된 학교부역노동을 하러 학교에 뛰어가야만 하는 것이다. 초등학교는 의무교육 기관이다. 따라서 급식제도가 전국적으로 실시된 1997년부터 당연히 국가 책임 아래 급식과 관련한 배식에 이르기까지 치밀한 준비가 이루어졌어야 한다. 그러나 예산을 줄이기 위해 국가가 해결해야 할 일을 자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어머니에게 전가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여성들로 하여금 밥을 푸게 하는 행위는 명백히 ‘모성을 볼모로 한 노동력 착취’이다.




국가와 학교 사회가 모든 책임을 여성들에게 전가시키는 동안 여성들은 급식당번을 둘러싼 전쟁 아닌 전쟁을 치러야 한다. 급식당번을 하기 위해 발 동동 구르며 일정을 조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가끔 급식당번에 불참하는 취업모와 전업주부들끼리는 반목을 거듭하며, 일당 2만원의 급식 도우미를 개인적으로 고용하는 정규직 취업모와 2만원이 일당인 비정규직 취업모 사이에 간극이 심화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자녀양육은 학부모 뿐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공동으로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국가와 사회는 모든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며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사회는 아버지의 책임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그러다 보니 초등학생 자녀의 어머니들은 어머니급식당번 뿐 아니라 교통경찰(녹색어머니회), 선생님(명예교사), 도서관사서(어머니 독서 도우미), 환경미화원(회장단 어머니를 비롯한 어머니), 학교급식검수원(급식소위원회 소속 어머니) 등의 다중역할을 하고 있다. 며칠 전 서울시 중랑구 원목초등학교에서 소방안전교육을 받던 중, 사다리차 와이어가 끊어져 어머니 2명이 사망한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이제는 엄마가 학교 불까지 끄러가야 하나?

학교는 언제까지 어머니의 자녀사랑이라는 미명하에 어머니들의 동원을 정당화할 것인가. 아이들의 등·하굣길의 안전은 경찰청이 책임져야 하고, 급식자재 검수는 보건복지부 소속 전문요원이 담당해야 하며, 다양한 부역노동들은 정식으로 고용된 전문가들이 맡아야 한다. 교육부·여성가족부·노동부·보건복지부가 업무조정을 통해 의무를 나누고, 그 밖의 일상적인 업무는 학교가 책임져야 한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어머니 동원’은 비교육적이고 일하는 여성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일하지 않는 여성은 없고, 여성들은 일터에서 갈등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고 싶다. “모성볼모, 노동력 착취, 학교 부역노동들을 당장 폐지하라!”


(*조주은: 여성학자. 이대 여성학과 박사과정 수료. 어머니급식당번폐지를위한모임(cafe.daum.net/momcry) 공동대표. (사)한국여성연구소 가족연구실장. 지은 책으로는 『현대가족이야기』(2004, 퍼슨웹 기획, 이가서), 『페미니스트라는 낙인』(2007, 민연)이 있다. )


이글은 기관지 '한국노총' 436호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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