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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연금 개혁은 ‘평등한’ 집단 살인이다!!
· 작성자 : 들꽃   · 작성일 : 2007-02-01   · 조회수 : 95
· 첨부파일 :
공무원 연금 개혁은 ‘평등한’ 집단 살인이다!!




박 승 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1. 어떻게, 왜 개혁하려고 하는가?




1) 기존의 공무원 연금제도

원래 공무원 연금은 이런 것이었다. 공무원이 봉급에서 기여금의 절반을 부담하고, 정부가 나머지 절반을 부담하여, 공무원이 20년을 일하고 퇴직하면 마지막 직급 월급의 50%를, 20년을 넘을 경우 마지막 직급 월급의 매년 2%를 추가한 %(예컨대 25년 근무자의 경우 마지막 직급 월급의 60%)를, 33년 이상을 근무한 경우 마지막 직급 월급의 76%를 공무원 연금 공단에서 죽을 때까지 지급하는 것이었다. 연금은 40세 이상이면 퇴직한 날부터 지급하며, 마지막 직급 월급 액은 현직 공무원의 월급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반영하여 연금을 지급하게 되어 있었다.

그러던 것이 몇 년 전에 연금 기금이 ‘바닥날 것에 대비하여’, 노인(예컨대 60년 이상)인 된 사람에게만 지급하기로 하고, 연금의 산정의 기준을 마지막 지급 월급에서 마지막 3년 직급의 평균 월급으로 바꾸었다. 이 공무원 연금법에 의하면 20년 이상 연금을 부은 사람은 60세가 넘으면 마지막 3년 평균 월급의 50%에서 76%를 죽을 때까지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여 받게 된다.

예컨대 2007년 30년간 공무원으로 일하고, 마지막 월급으로 420만원을 받았던 60세인 남성이 정년을 하였는데, 그가 지난 3년간 받은 평균 월급이 400만원이라고 하자. 이 노인은 매월 280만원 받게 된다. 이 경우 소득 대체률은 67%(280만원/420만원)가 된다. 그가 죽으면 그 부인이 연금의 70%인 약 200만원을 죽을 때까지 받게 된다. 그런데 공무원이 280만원과 미망인이 받는 200 만원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고 물가가 오르면 그 물가가 반영되어 올라가게 되어 있다. 왜냐하면 항상 400만원의 70%가 아니라, 매년 연금을 받는 해의 퇴직 당시 직급에 해당하는 현직 공무원 월급에 따라 산정된 금액의 70%를 받기 때문이다. 만약 2017년 공무원의 월급이 지금에 비해 25%가 오른다면 이 퇴역 공무원은 500만원의 70%인 350만원을 매월 연금으로 받게 될 것이다.




이 정도면 노인들이 호화스럽지는 않지만, 유복하게는 살 수 있다. 이런 연금을 전혀 받지 않고 사는, 현재 우리 사회 대부분의 노인들에 비하면 이 공무원 출신 노인들은 특별대우를 받고 사는 ‘귀족’이라고 하여도 지나치지 않다. 지금 우리 사회 대부분의 자식을 둔 노인들은 스스로 어렵게 생명을 이어가거나, 자식들의 눈치를 보면서 살아가거나, 버려지거나 자살을 택한다. 차라리 자식이 없으면 공공부조라도 받을 것이다. 이런 노인들에게 매월 10만원을 정기적으로 보태주는 자식이 있다면, 그 자식은 훌륭한 효자다. 280만원의 연금을 받는 노부부는 말하자면 28명의 효자를 둔 셈이다.




2) 개혁안

이런 공무원 연금을 요즈음 다시 개혁하겠다고 야단들이다. 최근에 정부에서 발표한 안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여금(부담금)을 늘린다. 둘째, 현재 공무원의 연금을 줄인다. 셋째, 현재 공무원의 연금을 줄인 대신에 퇴직금을 적립하여 지급한다. 넷째, 신규 채용 공무원들은 국민연금에 가입토록 한다.

이 개혁안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첫째, 기여금을 늘린다는 것의 의미는 분명하며, 크게 문제될 것도 없다. 이것은 현재 공무원의 월급이 조금 깎인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400만원 월급쟁이가 30만원을 연금 기여금으로 더 낸다고 하더라도, 조금 아껴 쓰면 충분히 이겨 낼 수 있다.

둘째, 현재 공무원의 연금을 줄인다고 하는데, 어떻게 얼마나 줄인다는 것인가? 현재는 마지막 3년 평균월급을 기준으로 연금을 지급한다. 그래서 지난 3년간 평균 월급으로 400만원을 받고 있는 30년 경력의 60세 공무원이 당장 퇴직하면, 대충 280만원을 받는다는 것은 이미 지적하였다.

그런데 개혁안 안에 따르면 근무기간의 평균 임금을 기준으로 연금을 지불하므로, 이 퇴역 공무원의 연금은 줄어든다. 얼마나 줄어들까? 이 사람이 30년 전에 첫 월급으로 100만원을 받았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30년간 평균 월급을 어림 잡아 250만원 정도로 가정하면, 250만원의 70%는 175만원이 된다. 이렇게 되면 280만원의 연금이 175만으로 줄어든다. 이 경우 67% 연금 소득 대체율(연금월액/마지막 해 평균 월급=280만원/420만원)은 42%(175만원/420만원)로 떨어진다.

물론 대부분의 현재 공무원의 연금이 이렇게 많이 삭감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근무한 기간 동안은 구 기준이 적용되고, 법이 결정된 이후부터는 신 기준이 적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30년 근무자에게 절반만 신기준이 적용된다면 현재 예상 연금의 80% 정도를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개혁법이 통과되기 직전에 공무원이 된 사람은 앞으로 현재 퇴직자 연금의 60% 정도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셋째, 퇴직금을 지급한다는 것의 의미는 분명하다. 현재 공무원들은 연금을 받기 때문에 퇴직금이 필요 없다는 점만 지적하고, 이것이 어떤 문제가 있는가는 뒤에서 다루기로 하자. 넷째, 공무원 연금을 없애고 신규채용 공무원부터 국민연금의 적용대상이 되게 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공무원들의 연금을 더욱 줄이겠다는 것이다.




우리가 예로 든 공무원이 2007년부터 연금을 받는데 그 공무원이 처음부터 국민연금의 대상자였다고 가정해 보자. 이 사람은 배우자 가급 연금액(쉽게 말해서, 배우자 수당)을 합해서 현행 국민 연금 지급방식으로 계산하면, 다음과 같다. 이 퇴직 공무원은 앞의 가정에 따라 30년간 근무하고 30년간 월 평균 소득이 250만원이라고 하자. 이 사람의 1년간 연금총액은 1100여만원(11,175,643원)이며, 이를 월 연금으로 계산하면 약 93만원(931,303원)이 된다1). 이 이야기는 30년간 근무하고 2006년에 420만원의 월급을 받고 2007년에 퇴직한 공무원이 현행 공무원연금에서는 대략 매월 280만원의 연금을 받는데, 현행의 국민연금법의 적용을 받는다면 93만원을 받게 된다는 말이다. 이 사람이 국민연금의 대상이 된다면 소득 대체율은 67%(280만원/420만원)에서 22%(93만원/420만원)로 떨어질 것이다.




물론 이런 계산들은 많은 가정들 위에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정확하다고는 할 수 없다. 그저 어림잡은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런 대략적인 계산만으로도 50-76%인 공무원연금의 소득 대체율이, 국민연금으로 바뀌는 경우 20-30%대로 줄어듦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이것은 중산층으로 살아 왔던 공무원들이, 모아놓은 돈이 없다면, 정년퇴직을 하자마자 빈곤층으로 전락한다는 뜻이다.



3) 왜 개혁하려 하는가?

기금이 바닥난다는 것이다. 기금이 바닥나면 국민 세금에서 연금을 지급해야 하므로 연금 개혁을 해서, 수지를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지 맞추기는 간단하다. 많이 걷고, 적게 지급하면 된다.

그러나 이 정책은 당사자들의 반발을 산다. 공무원 연금의 대상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이와 비슷한 수준의 연금인 군인연금과 사립학교교원 연금의 당사자들도 반대한다. 이런 반대에 직면하여, 대개 정부와 개혁 찬동자들은 ‘공무원만 특혜를 받기 때문에 이 특혜를 줄여야 한다’고 강변한다. 그래서 공무원들은 어느 날 갑자기 특혜를 받은 죄인의 처지로 몰리고 말았다. 공무원을 마녀로 몰아 대중의 동의를 등에 업고 공무원 연금을 개혁한다! 국민의 세금을 아끼겠다는 ‘용감한 애국적 결단’! 과연 그런가?




2. 연금은 무엇인가?


1) 사회보험과 연금

연금이란 보험의 원리를 이용하여 젊어서 보험료(기여금)을 내고, 늙어서 월급을 받지 못할 때 연금급여를 받게 하는 것이다. 일종의 연금보험으로, 사적 연금과 공적 연금이 있다. 사적(私的) 연금은 보험회사에서 이윤을 얻으려고 운영하는 것이고, 공적(公的) 연금은 국가에서 노인들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서 운영하는 것이다. 사적 연금은 사(私)보험에 속하고, 공적 연금은 사회보험에 속한다. 사적 연금의 목적은 이윤의 추구에 있으므로 많이 내면 많이 주지만, 피보험자의 생계를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공적인 연금은 피보험자의 생계를 사회(곧 국가)가 보장해주는 것이 목적이다. ‘사회보장’ 제도의 하나다.

사회보장이란 모든 국민의 인간다운 생존을 국가가, 시장원리에 의해서가 아니라 사회적 연대 원리에 의해서 보장하는 것이다. 사회보장이란 행복한 삶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다운 생존을 보장하는 것이다. 살아야 행복도 누릴 수 있지, 죽으면 행복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래서 사회보장은 사회복지의 출발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회보장을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벌이가 없는 사람에게 국가가 돈을 주는 것이다. 이를 소득보장이라고 부른다. 돈을 주면 시장에서 생존에 필요한 물건과 서비스를 사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벌이가 없는 사람에게 돈만 준다고 모든 사람들의 생존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치매에 걸린 노인에게는 아무리 많은 돈을 줄들 생존이 보장될 수 없다. 그러므로 사회보장을 위해서는 사회 서비스도 필수다. 아무튼 사회보장은 사회복지의 출발이고 소득보장은 사회보장의 출발이다.

사회보장의 방편으로 돈을 주는 기존의 방식에는 크게 3가지가 있다. 하나는 사회보험이고 다른 하나는 소득 및 자산 조사를 통해서 최저 생계비를 지급하는 “공공 부조”이며, 마지막은 모든 아동이 있는 가정에 지급하는 아동수당 등과 같이 일정한 조건만 갖추면 모조건 돈을 지급하는 “사회 수당”이다. 최근에는 기본 소득(basic income)의 도입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것은 모든 국민들에게 조건 없이 일정한 액수의 돈을 지급하고, 벌이의 많고 적음에 상관하지 않고 세금을 부과하자는 것이다.

사회보험은 보험료를 내고 사고가 생겼을 때, 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속하는 것으로는 산재보험, 실업보험(고용보험), 의료보험, 수발보험, 연금(보험) 등이 있다. 연금은 정년퇴직이후 노인들의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서 만든 사회보험이다.




2)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적 연금은 왜 필요한가?

전 자본주의 사회에서 착취 계급에 속하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생계에 필요한 물건들을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며 살았다. 농부는 농사를 지어 자기 먹을 것과 입을 것을 마련하였다. 이런 사회에서는 정년은 없었다. 건강하면 노동을 하였다. 물론 늙은이의 노동력은 그 질이 대부분 떨어지지만, 그렇다고 전혀 쓸모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노인들도 노동을 하면서 생활하였다. 그러다가 노인이 병이 들면 노인들은 가족에게 의존하여 살다가 생을 마감하였다. 이런 사회에서는 연금이 필요하지 않았다. 자기 노동이 연금이었고 가족이 생계를 보장하였기 때문이다.

이와는 달리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본이 없는 사람들은 노동시장에 노동력을 팔아서 자본가를 위해 일을 해주고 임금을 받아 시장에서 생활에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서 살아간다. 이런 사회에서는 질이 떨어지는 노인 노동력은 팔리지 않는다. 이것은 잘 익는 배를 까치가 쪼아버리면 먹을 만해도, 팔리지 않는 것과 같다. 그래서 정년퇴직이 있고 노인 실업이 있다. 건강한 노인들도 일을 할 수가 없다. 노인들은 노동시장에서 노동력을 팔 수 없으니 돈이 없고, 돈이 없으니 생계에 필요한 물건을 살 수가 없고, 살 수 없으니 살 수가 없게 된다.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족은 흩어져 산다. 노부부는 전라도에 살고 자식은 서울에 산다. 병든 노인들은 버려질 수밖에 없다.

바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회보장이 필요하고, 그 방책의 하나로 연금이 출현했다. 연금과 같은 소득보장이 없다면 많은 노인들을 죽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와 같은 사회복장제도를 포기하거나, 시늉으로 그치는 것은 “살인”이라 해야 한다.




3) 공무원 연금은 무엇인가?

공무원 연금은 사회보험인 연금의 일부분이다. 사회보장을 위해서는 모든 국민들이 연금의 대상이 되도록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정기적인 소득이 없는 사람들에게 연금을 가입하라고 할 수 없으므로 연금제 도입의 초기에는 소득이 일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금을 도입한다. 그래서 공무원연금제 등이 먼저 도입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공무원 연금과 같은 특수직 연금은 일반 연금의 출발점이면서도 동시에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목적을 가진 경우가 많다. 예컨대 독일의 비스마르크는 1800년대 말에 사회주의 탄압법과 함께 공무원과 중산층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최초로 연금제도를 도입하였다. ‘사회주의 탄압법’이 채찍이라면 연금은 “중산층의 충성을 유인하는 당근”이었다. 이렇게 출발한 연금제도는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연금으로 발전하여, 독일을 비롯한 여러 선행 자본주의 국가들의 노인을 위한 중요한 소득 보장제도로 발전하였다.

우리 사회에서는 박 정권 시대에 비슷한 목적으로 공무원 연금, 군인연금, 사립학교 교원 연금을 도입하였다. 당시에 이 연금 제도를 도입한 또 다른 목적은 이 연금 기금을 ‘경제 건설’의 자본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었다는 주장도 있다. 도입 초기에는 기여금만 거둬들이고 연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공무원 연금은 일반 연금의 일부이자, 출발점이다. 그러므로 공무원 연금이 일반연금으로 확대되는 것이 선행 자본주의 나라의 추세였다.




3. 최근의 공무원 연금 개혁은 바람직한가?




1) 평가의 기준

우리 정부는 예산 절약을 목적으로 공무원 연금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 잣대로 보자면, 최근의 개혁 방향은 바람직하다. 기여금을 늘리고 장기적으로 연금지급액을 3분의 1 정도로 줄이기 때문에 성공적이다. 물론 이것도 불만스러운 점이 없지는 않다. 그래도 기여금의 절반을 국가가 부담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예산 절약을 꾀하자면 아예 공무원 연금을 폐지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퇴직금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예산 절감의 목적에서 보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이런 예산 절감은 연금의 주요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 이것은 돈벌이가 목적인 기업에서나 중요한 것이지, 공적인 연금에서는 중요하지 않다. 공적 연금의 목적은 국가가 돈을 벌겠다는데 있는 것이 아니고, 노인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 두 목적이 충돌되었을 때에서는 후자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물론 예산의 절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수단일 뿐이지 공적 연금의 목적이 될 수 없다. 이러한 원칙은 공무원 연금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공무원 연금에서 먼저 고려할 것은 예산의 절감이 아니라, 퇴직 공무원의 인간다운 삶의 보장이다.




2) 기존의 공무원 연금 제도는 사회보장의 원칙에 충실했는가?

앞에서 말했듯이 기존의 공무원 연금제도는 퇴직 공무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 준다는 점에서 연금다운 연금이었다. 소득 대체율이 50%-76%로서 노인들의 소득을 보장해준다고 할 수 있다. 물론 1980년대 유럽복지국가들의 90% 정도의 소득 대체율에는 물론이요, 1990년대 연금이 개혁된 이후의 70-80% 정도의 소득 대체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런대로 괜찮은 소득보장제도이다.

그런데 이런 공무원 연금과 군인연금, 사립학교교원 연금 등의 특수직 연금은 문자 그대로 특수직에 한정된다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그 동안 연금제도 발전의 목표는 이런 보장 제도를 전체 국민으로 확대하는 것이었다. 이런 방향에서 전국민연금제도를 출범시켰던 것이다.

또 다른 문제점은 기연금 총액과 연금지출 총액의 불균형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금과 정부분담금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선진 복지국가의 경우에서 보다시피 많이 내고 많이 받는 것이 사회보장제도의 발전 방향이기 때문이다.



3) 국민 연금 개혁은 사회보장의 원칙에 충실하였는가?

첫째, 기여금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다.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것은 도둑질이기 때문이다.

둘째, 현직 공무원의 연금을 줄이는 것은 많은 문제가 있다. 지금 현재의 공무원 연금도 서구의 경우에 비교하여보면 넉넉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 개혁안은 장기적으로 소득 대체율을 40%대로 내리겠다는 것인데, 이것은 퇴직 공무원의 인간다운 삶의 보장을 포기하겠다는 말이다. 이렇게 되면 퇴직 공무원들은 믿을 수 없는 사적 연금에다 노후를 맡기거나, 노후를 위한 돈을 따로 모으느라 발버둥을 칠 것이다.

셋째, 퇴직금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예산만 낭비할 뿐 사회보장의 목적 달성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은 시도이다. 원래 퇴직금 제도라는 것은 사회보험 제도가 전혀 없었을 때, 노동자들의 퇴직후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궁여지책(窮餘之策)으로 만든 것이다. 예컨대 실업보험(고용보험)이 없는 상태에서 노동자가 퇴직을 당하면, 생계의 위협에 빠질 수 있다. 그리고 연금이 없이 정년퇴직을 한 노인들도 마찬가지로 생계를 위협당할 것이다. 이런 갑작스런 상황에서 임시로 적응하라고 주는 것이 퇴직금이다. 따라서 실업보험이 있고, 연금제도가 있다면 구태여 퇴직금을 지급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그리고 퇴직금은 퇴직자의 장기적 생계보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주변을 살펴보라. 연금의 일부를 퇴직일시금으로 받았다가 날린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를. 날리지 않았더라도 자식들에게 빼앗길 수밖에 없다. 퇴직금도 마찬가지다. 퇴직금은 적으면 푼돈으로 쓰이고, 많으면 날릴 가능성이 매우 큰 것이다. 이것은 죽는 날까지 매날 나오는 연금과는 그 차원과 성격이 다른 것이다. 그런데 왜 퇴직금 제도를 도입하려는 것인가? 이것은 공무원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눈가림 대책일 것이다. 퇴직금을 정립하는 대신, 연금기여금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공무원 연금을 국민연금으로 통합하는 것은 그나마 있던 사회보장제도를 없애자는 것이다. 앞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소득 대체율이 20-30% 정도인 현행 국민연금제도로는 결코 노인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의 국민연금은 사회보장제라고 할 수 없다. 사회보장으로 치장하기 위한 화장품이다.


더군다나 이 국민연금제도도 예산절감의 원칙에 따라 소득 대체율을 더 줄이는 방식으로 ‘개혁’할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연금제도가 없어지는 셈이고 그리하여 적지 않은 노인들은 죽는 길 밖에 없다. 따라서 공무원 연금을 국민연금으로 통합하는 것은 다 같이 죽이는 방향으로 ‘개혁’하는 꼴이다. 이 공무원 연금의 개혁은 ‘평등한 집단 살인’을 위한 ‘개혁’이다! 왜 국민연금을 공무원 연금으로 통합하려 하지 않고, 공무원 연금을 국민연금으로 통합하려 하는가? 왜 사회보장을 확대하려 하지 않고 없애려 하는가? 왜 죽은 사람을 살리려 하지 않고, 산 사람을 죽이려 하는가?

그리고 공무원 연금을 국민연금으로 통합하는 것의 또 다른 문제점은 그 대상을 “미래의 공무원”으로 한정시킨다는 것이다. 이는 공무원을 현세대와 미래세대로 분리시키려는 간교한 술책이다. 이런 술수는『복지국가는 해체되는가』(폴 피어슨 저, 박시종 역, 2006, 성균관대 출판부)에도 잘 예시되어 있다. 이 개혁안을 만든 사람도 공무원이리라. 자기들만 오래 살고 후배 공무원은 일찍 죽어도 괜찮다는 것인가? 가련하다, 닭도 병아리를 보호하는데. 어찌 개혁안을 만든 실무자들을 탓하랴! 철모른 ‘영웅’들의 위압에 나약해진 소치이거늘(2007.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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