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리버드' MB의 변신?…공직자에게 휴가 적극 권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휴가를 앞둔 사람들은 부푼 마음으로 휴가계획 짜기에 부산하다.

사실 휴가 하면 모든 것 챙겨 들고 떠나는 것도 설레고 기쁘지만 그 보다는 '산으로 갈까? 바다로 갈까? 가서 뭘하지?'를 놓고 가족들과 머리맞대고 계획을 짜는 것 부터가 즐거움이다.

매년 같은 휴가지만 올해는 공무원들에게 휴가가 더 큰 기쁨으로 다가갈 것 같다.

공무원의 최고봉인 대통령이 휴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휴가를 준비하고 떠나는 공무원들의 희비도 엇갈리기 마련인데 본격적인 휴가시즌을 앞두고 대통령이 앞장서 공직자들의 휴가를 권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얼리버드'(early bird)라고 불릴 만큼 이른 새벽부터 업무를 시작하는 것으로 유명해 대통령과 함께 일하는 청와대 직원들은 물론 장차관급 고위 공직자들은 부담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이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휴가를 권유해 "대통령이 달라진 것 아니냐"는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3일 지방선거 이후 처음으로 시도지사를 초청해 상견례를 겸한 간담회를 갖는 자리에서 "공무원이 휴가를 갈 수 있도록 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26일에는 격주례 라디오연설을 통해 "이제 본격적인 휴가철이 되었습니다. 열심히 일한 국민 여러분 모두, 몸과 마음의 여유를 찾는 즐거운 휴가를 보내시면 좋겠습니다"라며 휴가를 권유한데 이어 공무원들에게도 "지난 2년간 제대로 쉬지 못하고 고생한 공직자 여러분도 올해는 가족과 함께 여름휴가를 꼭 가기를 권합니다"라며 휴가에 나설 것을 권유했다.

대통령이 공직자들을 향해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고 공개 메시지를 보낸 것.

기업이나 다른 직장보다 조금은 더 보수적인 조직문화를 가진 공직사회에서는 휴가를 앞두고도 마음이 편치 않을 때가 많다. 위계질서가 분명한 만큼 휴가를 가고 싶어도 윗사람 눈치를 보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저~ 휴가 좀 가야겠는데요"란 말이 차마 입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시대가 바뀌어 요즘 세대는 달라졌다고 하나 목구멍이 포도청이란 말이 있듯이 상하관계의 긴장은 영원히 해소되지 않을 숙제이기도 하다.

이같은 사정에서 나온 대통령의 휴가 권유는 공무원들의 발길을 조금은 가볍게 해 줄 촉매제로 손색이 없다.

대통령이 휴가를 떠나면 장차관이 떠나고 장차관이 떠나면 국장이 떠나고 국장이 떠나면 이하 평직원에 이르기까지 줄줄이 휴가일정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할일 많은 대통령이 휴가권유를 한 까닭은 그 만큼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 아닐까? 집권초 정권인수에서부터 갑작스럽게 맞이한 광우병 파동과 촛불시위, 그리고 세계 금융위기 등 쉼없이 터져나온 메가톤급 악재들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됐고 국정도 손아귀에 들어올 만큼 안정기에 접어든 지금, 그리고 이런 저런 국정과제들이 제 궤도에 들어서면서 공직사회에 대한 평가도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대통령의 휴가 권유가 관가의 화제거리로 떠오르면서 공직사회는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