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간부 미행’ 노조법 개정 미묘한
시기였다 |
타임오프·복수노조 등 처리 임박한 작년 12월 정부 타협에 반기든 비판적 인사
‘단속’한 듯 한노총 “책임자 지위고하 막론하고
엄벌해야” | ‘조직적 노동사찰’ 의혹
국무총리실이 민간인을 불법사찰한 데 이어,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간부인 배정근 공공노조연맹 위원장을 미행한 사실이 불거지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노동계에선 조직적인 ‘노동사찰’ 가능성까지 제기하며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 석연찮은 총리실 해명 총리실은 배 위원장을 미행한 것에 대해 “배씨가 평일 근무
시간 중에 골프를 치는 등 공공기관 직원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을 한다는 제보가 있어 이를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배 위원장의 설명은 다르다. 지난해 12월 경기 양주시 집 앞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국회로 가는데 검은 차량이 계속 따라와 일산에서 차를 멈추고 경찰을 불러 미행자의 신원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배 위원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밥을 먹은 식당은 골프장과 거리가 멀어, 골프와 연결시킬 수 없는 곳”이라고 밝혔다.
총리실은 또 “배씨는 공공기관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의 4급 직원으로, 관련 법규와 국무총리 지시, 선례 등을 고려할 때 공직윤리 점검대상”이라고 주장하지만, 이 역시 근거가 미약하다고
법조계는 일축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이날 논평을 내어 “총리실의 공직윤리지원관실은 공직사회
기강확립, 부조리 취약분야 점검 등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뿐, 민간인은 물론 공직자나 공기업 직원에 대해 조사를 하거나 일상적인
사찰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공무원이라 하더라도 명시적인 법률상의 근거가 없는 한 수사기관이
아닌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공무원을 수사하거나 사찰할 수 없는데, 하물며 공무원이 아닌 일반 국민에 대한 사찰이 위법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고 밝혔다.
■ 미묘한 미행 시점 노동계 안팎에선 배 위원장이 미행을 당한 시기의 미묘함에
주목하고 있다. 총리실이 미행을 한 때는 배 위원장을 비롯한 한국노총 산하 일부 연맹 위원장들이 정부와 타협하려는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에 반기를 들고 △지도부 총사퇴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 파기 등을 주장하던 시기였다. 특히나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의 국회 처리가 임박해, 정부의 신경이 곤두선
상태였다. 이 때문에 노동계 일각에선 총리실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정책에 비판적인 노동계 인사를 상대로 조직적인 사찰을 하다
꼬리가 잡힌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어 “공직자 기강확립과 비리감찰을 목적으로 설립된 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민간인’을 사찰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할 수가 없다”며 “특히 한국노총 소속 노조 간부들조차도 미행을 당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는 데 대해 더욱 큰 충격과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이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만큼 불법적 권력남용의 실체가 한 점 의혹도 없이 낱낱이
밝혀져야 할 것이며, 직권을 남용했거나 국민의 인권을 침해한 범죄에 책임이 있는 사람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배 위원장이 6일 밤 한국노총 차원의 대책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왔다”며 “다만
공문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