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협상 의미와 과제

“전임자제도, 타임오프=규모별 상한제”

제2라운드는 시행령 개정

노사정이 4일 복수노조 시행을 2년6개월 유예하고, 전임자임금 지급금지의 경우 6개월 준비기간 뒤 근로시간면제제도(타임오프)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최종 타결했다. 한국노총이 지난달 30일 복수노조 반대와 전임자임금 준비기간을 요구하는 긴급기자회견 뒤 숱한 고비 끝에 타결된 이번 합의에 대해 의외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지난 나흘간의 협상에서 전임자임금 지급금지의 단계적 시행안이 주로 논의돼 왔던 점에 비춰 볼 때 그동안 노사가 공히 반대해 왔던 타임오프 제도가 최종 낙착된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이날 조인식을 하러 가는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을 일부 단위노조와 지역지부 대표자들이 막아서며 반대했던 대표적 이유다. 그러나 합의사항을 잘 들여다보면 노사정이 합의한 타임오프 제도는 사실상 전임자수의 ‘규모별 상한제’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합의사항에는 분명히 “노사 교섭·협의, 고충처리, 산업안전 등 관련 활동에 대해 사업장 규모별로 적정한 수준의 근로시간면제제도를 운영”토록 하고 있다. ‘사업장 규모별 적정 수준의 근로면제 시간’을 규정한 것이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노사관계선진화위원회가 지난 7월 보고한 공익위원안의 타임오프 제도와 다른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공익위원안은 전임자임금 지급금지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고충처리 등 6개 업무에 대해서만 타임오프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노사정은 이날 합의문에서 규모별 적정수준의 근로면제시간에 대한 세부사항은 앞으로 실태조사 등을 토대로 협의를 통해 합리적 기준을 마련해 시행령에 반영토록 했다. 내년 상반기 준비기간 동안 사업장 규모별로 근로면제시간의 상한선을 정하는 제2의 노사정 협상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협상으로 확보된 근로면제시간만큼 전임자수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또 노사정은 이번 합의에서 복수노조 시행은 2년6개월 유예하되 교섭창구 단일화를 법령에 명시하고 그 방법과 절차, 교섭비용 증가방지 방안은 역시 노사정이 협의해 시행령에 반영토록 했다. 노사정은 제2의 협상을 통해 창구단일화 방안을 결정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노사정이 지난 나흘간의 협상에서 과반수 교섭대표제를 주요하게 논의해 왔다는 점에서 이후 시행령에서도 과반수 교섭대표제가 채택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복수노조 교섭단위는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묶어 버림으로서 앞으로 산별교섭의 사업장 단위에서 적용될 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구체적 사항을 시행령에 맡김에 따라 제2라운드 역시 노사정 간 쉽지 않은 힘겨루기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시행령을 만드는 정부가 ‘칼자루’를 쥐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