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없앤다더니... 학교가 학원될라

[대전=중도일보] `사교육 없는 학교', `사교육비 제로화 학교', `방과후 학교'.

이들 정책은 높은 사교육비에 따른 학부모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다양한 체험과 공교육 내실화를 위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교육청이나 일선 학교로 전파되면서 그 취지가 심각하게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입시 위주의 과목에 치중해 수업을 편성하는가 하면 오는 10월 13일 치러질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 시험 대비에 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과 충남도교육청은 지난 여름방학 때에도 여론의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초·중학생들의 보충수업을 강행했다. 지난해 실시된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평가 결과가 하위권에 머문 만큼 올해는 어떻게 해서든지 끌어 올리려는 의도다.

특히 내년 6월에는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학업수준이 타 시·도에 비해 저조할 경우 악영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전은 초등학교 6개교에서 `사교육비 제로화 시범운영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충남은 `사교육 없는 학교 선도학교'로 초등학교 8개교, 중학교 9개교, 고등학교 6개교가 각각 운영되고 있다. 방과후 학교는 거의 대부분 학교에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고등학생의 경우 입시를 앞두고 있어 수능을 대비한 교과 수업이 이해되지만 초·중학생까지 학업성취도평가에 올인하는 있는 실정이다.

일부 학교에서는 사설학원의 강사를 초빙해 강좌를 개설, 학생들의 성적 향상을 유도하고 있다.

또 다른 초등학교는 방과후 학교를 학업성취도평가에 포함된 교과 위주로 진행하면서 상·중·하로 나눠 수준별 수업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력이 비슷한 학생끼리 수업을 해야 효율성을 꾀할 수 있기 때문에 어린 학생들의 마음의 상처보다 학력신장을 우선시 하고 있는 것이다.

중학교 한 교사는 “이런 식으로 사교육 없는 학교를 운영해서 과연 공교육을 살릴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교사들이 회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며 “앞으로 학업성취도평가 결과가 더 세분화 돼 발표될 예정이어서 일선 학교나 교육청의 경쟁은 더욱 심해져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