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러운 10급 공무원, 차별과
불합리한 대우에 울어
- 조선닷컴 입력 : 2009.06.04 21:18
행정안전부는 기능직 공무원의 승진 등
각종 처우개선 방침을 밝혔지만 여전히 당사자들은 차별과 불합리한 대우에 설움을 느끼고 있다고 서울신문이 4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 근무했던 기능직 공무원 오모(35)씨는 2007년 교장이 갑자기 도 교육청 교육위원의 농장에 가서 농사일을
거들라고 지시해 어이가 없었다. 10년 전부터 계속됐던 관례라며, 전임자들도 모두 지시를 따랐다고 했다.
서울의 한 구청에서
기능직으로 근무하는 안모(54)씨는 1989년 10급으로 임용됐다. 하지만 안씨의 현재 직급은 8급. 20년 동안 단 2계단 승진한 것이다.
안씨는 아직도 상사에게 올리는 보고서의 담당자란에 자신의 이름을 쓸 수가 없다. 일반직인 상사에게 결재를 맡기 위해서는 갓 들어온 일반직 9급
공무원의 이름을 올려야 한다.
지방의 한 교육청 소속인 전모(49·기능직 8급)씨는 ‘공사장 인부’로 전락했던 경험이 있다.
근무하던 학교가 급식창고를 짓는데 예산 부족으로 사람을 고용할 수 없게 되자, 전씨에게 공사장 일을 맡긴 것이다. 전씨는 창고가 다 완성될
때까지 꼬박 2개월을 삽질과 괭이질을 하며 보냈다.
기능직 공무원이 겪는 가장 큰 애환은 승진이 사실상 봉쇄됐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최고 100대1이 넘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10급 공무원’으로 입문하지만, 사실상 비정규직 취급을 받으며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행안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기능직 공무원은 8만7714명(국가직 4만 307명, 지방직 4만 4643명)이며, 일선
학교에 근무하는 인원까지 합치면 12만 명이 넘는다. 이 중 우편배달 업무 등을 담당하는 ‘정보통신현업직군’을 제외한 나머지는 6급까지만 승진이
가능하다.
6급 승진도 ‘하늘의 별 따기’다. 기능직 공무원 중 6급은 2.9%(정보통신현업직군 제외)에 불과하며, 7급 역시
14%밖에 되지 않는다. 73.3%가 8~9급에 몰려 있다. 이 가운데 대다수는 임용된 지 20년이 넘은 나이 지긋한
공무원들이다.
남기범 성결대학교 행정학부 교수는 “공직에서 기능직 공무원의 업무를 존중하는 문화가 형성되는 게 최우선 과제”라며
“다른 직렬로 전보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서울신문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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