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학교라는 삼원체제(기능직, 일반직, 교원) 속에서 우리가 부닥치는 많은 사람들 중에 교원 못지 않게 기능직에 대한 스트레스
역시 엄청나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 지금은 일반직과 기능직을 섞어 노조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내가 본 것은 일반직에 대한
처우 개선 보다는 기능직 특채문제, 행정실 내에서 기능직 자리 및 컴퓨터 확보 문제 그리고 기능직 상위 직급 정원 늘리기 문제 등등 우리
주변의 많은 문제들 중에서 작은 학교의 나홀로 실장의 경우 모든 일과 책임을 혼자 지면서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힘들게 근무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처우개선은 전무에 가깝다. 그리고 나홀로 실장의 경우 어려운 여건 속에서 다수의 교원과 그리고 역시 소수지만 자신을 둘러싼 기능직 들 사이에서 전투 아닌 전투에 가까운 하루를 보내고 있다. 솔직히 주변에서 보면 교원들과의 관계보다 기능직과의 관계가 더 힘들다고 토로하는 일반직이 더 많은 듯하다.
그 이유는 뭘까?일반 업무량에서 거의 대부분의 업무를 혼자서 다 하고 있다. 실장이 기능직의 분명한 직속 상관임에도 불구하고, 또한 그것이 부당한 명령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속된말로 개기(?)는 경우가 다반사다. 근무시간에 맘대로 자리를 비우는 것은 예사고 아주 작은 일을 시켜도 불평과 불만이 가득하다. 내가 본 교사들은 일부를 제외하곤 적어도 상식은 통한다. 그러나 기능직의 경우 자신의 위치나 지위를 생각지 않고 그 상식마저 통하지 않은 때가 많은 경우를 본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생각할 수 있다. 정말 기능직이 하지 말아야 할 불합리한 일을 시키는 경력 많고, 상식이 통하지 않은 실장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기능직 나름대로 그들 직렬의 처우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탓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난 생각한다. 기능직과 일반직은 어짜피 직렬이 틀리다. 그리고 요구 사항도 틀리다. 근무하면서 교원 못지 않게 혹은 그 이상으로 부닥치는 경우도 많다. 이것을 간과하거나 얼렁뚱땅 봉합하고 같은 노조로 나아 간다는 것은 뭔가 아귀가 맞지 않은 느낌이다. 노조는 어짜피 공익 집단이 아니라 이익집단이다. 전교조와 우리가 같은 노조라면 그 곳에서 실질적으로 얼마만큼의 공통 분모를 만들 수 있을까?
그들은 어짜피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게 되어있다. 그리고 그 대변의 결과는 행정실 업무의 증가로 이어진다. 마찬가지로 기능직이 일반직 특채를 주장하면 어렵고 힘들게 들어온 행정직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마련이다. 혼자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옆에서 한가하게 오락하는 기능직을 보면 더 열받아서 일이 안된다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하루 1시간 운행하고 나머지 시간에 학교 작은 일을 시키면 난 운전원이니 못하겟다 배째라(?)는 식으로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 과연 이들이 기본적인 공무원의 자세마저 가진 사람인가 의심이 드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불평과 불만 요구사항은 교원들 뺨칠 수준인 경우도 있다.
그리고 기능직분들에게 물어면 또한 그들 나름의 애로가 있다.
그런데 지금 노조는 하나다. 요구사항, 근무내용이 전혀 다른데 같은 노조에 속해서 이런 서로간의 불만이나 애로를 모두 덮어두고 같이 가는 것이 과연 올은 것인가? 난 일반직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일반직이 옳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일반직의 권익을 옹호하고 싶은 마음은 부정하고 싶지 않다. 기능직분들이 그들 직렬의 처우개선을 당연시 하는 것과 같은 마음이다. 하지만 문제를 덮어 두기 보다는 다 내어 놓고 서로 허심탄회화게 이야기 하다 보면 뭔가 답이 나올꺼 같아 이런 문제제기를 해 보는 것이다. 기능직과 일반직 서로 다른 요구 조건을 가진 집단이 하나의 노조로 가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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