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로그인     
조합소개소식마당참여마당자료마당
 
   참여마당
 투표전용 게시판
 조합원마당
 설문조사
 건의사항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Home > 참여마당 >  자유게시판



찍세 집배원 이야기
· 작성자 : 체신   · 작성일 : 2009-05-18   · 조회수 : 103
· 첨부파일 :

나는 '찍사' 집배원입니다

[You're my SUNSHINE] 동전주우체국 집배원 안태현 씨

노인, 치매, 요양, 실버타운, 복지관, 요양원, 고독, 쓸쓸함, 노인과 바다 그리고 죽음. 학교로 걸어가는 동안 노인복지회관을 지나며 떠올랐던 생각들이다. 불현듯 덕진 공원에서 솜사탕 파는 아주머니와의 인터뷰가 마음 한 곳에 아스라이 다가온다.

“내가 덕진 공원에서 6년 동안 봄, 여름, 가을, 겨울 가릴 것 없이 항상 있어왔어. 그래서인지 할아버지들이 많이 오시더라고. 아무래도 많이 오시니까 앉아서 쉴 공간을 만들어줘야 할 것 같아서 의자도 많이 가져다 놓고 그래. 이곳 아니면 이야기 할 곳이 없는 할아버지들이니까. 항상 오던 사람이 왜 안 올까? 돌아가시면 안 오고. 아프면 안 오고. 딱 눈에 선해. 누군가 돌아가시면. 얼마 전까지 이 자리에서 커피를 마시던 그 사람이 이제 못 오는구나.”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볼법한 죽음. 무섭고, 두렵고 많은 감정이 교차하겠지만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죽음. 외롭고 어렵게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 그 길을 준비해주는 준비해주는 사람이 바로 여기에 있다.

사랑은 사람을 포기하지 않는다

“일부러라도 웃으면서 찍으라고 그래. 잘 살았거나 못 살았거나 마지막을 장식하는 사진인데 웃으면서 찍는 것이 좋지.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어떻게 사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지막 가시는 건데 후회 없고 즐겁게 가시는 길이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이야.”

동전주 우체국의 집배원 안태현씨. 그는 36년간 우리에게 우편을 배달해준 베터랑 집배원이다. 전주의 집배원들 중에서 경력으로도 단연 으뜸이다. 그런 그가 지난 몇 년간 해왔던 일이 있다. 바로 무의탁 노인들을 찾아가 무료로 영정사진을 찍어주는 일.

 

“가끔 어떤 분은 재수 없다고 생각하고 안 찍으시려는 분들도 있긴 있어. 다른 분들은 대부분 찍으려고 하시지. 그런데 지금은 장수 사진이라고 그래. 미리 찍어놓으면 장수하신다고 그렇게 말하는 것이 영정사진보다는 느낌도 좋고 어감도 좋더라고.”

처음에는 그는 주로 가족을 중심으로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친척 어른 분들을 위해 영정 사진을 찍다보니 어느 순간 자신이 주위의 독거노인들을 위한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그것을 계기로 2005년도에 우체국의 홍보 차원에서 지원을 받아 약 130명, 2006년에는 약 70명, 2007년에는 혼자서 약 20명 정도의 영정 사진을 찍어왔다.

“2005년도에 방문을 해서 영정 사진을 찍어준다니까 거부한다는 분들이 많았어. ‘자식들이 오지도 않는데 내가 이것을 찍어서 뭘 하겠느냐.’라고 말하시는 분들도 있었고. 그리고 막상 찾다보면 영정사진이 아니라 라면 한 박스가 더 중요하신 분들도 많아. 그럴 때는 사진보단 라면이라도 가져다 드리는 것을 더 좋아 하시지.”

시간이 갈수록 스폰서가 줄어들어서 하기가 힘들어지지만 꾸준히 무료로 영정 사진 찍어주는 일을 그만두지 않는다. 가끔가다 영정 사진을 찍어드린 어르신이 돌아가셨을 때 어떻게 알았는지 찾아와서 감사하다고 찾아오는 자식들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낀다. 그에게 있어서 주위 사람, 살기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은 정말 큰 기쁨이다. 이런 그에게는 든든한 지원군들이 있다.

“이름을 드러내기 싫어하시는 분들이 있으신데 그분들이 자주 도움을 주셔. 그래서 그분들 도움으로 연탄도 못 때고 추운 방에서 지내고 있으시는 어르신들에게 연탄 200장씩 가져다 드리고 그랬지. 조금이라도 남을 위해 사는 것이 정말 좋은 것 같아.”

“사진은 나에게 있어서 제 2의 동반자야.”

“사진은 16년 전에 우연하게 사진작가협회 전주지부에서 연수회를 갈 때 따라가게 됐어. 한 2년을 카메라도 없이 따라다니다가 3년차부터 사진을 배워보자는 욕심이 생겨서 카메라를 구입했지. 혼자 잡지 같은 것 보고 독학을 열심히 했지.”

사진 인생 16년. 그 긴 세월 동안 그는 사진을 통해서 무엇을 보았을까? 매일같이 반복되는 똑같은 일을 하는 그에게 있어서 사진이란 하나의 자신을 표출할 수 있는 분출구였다.

“우리 하는 일이 매일 똑같은 일이거든. 출고하면 편지 구분하고 배달하고. 그런 통상적인 일을 하면서도 내 나름대로 취미활동을 하면서 남을 조금이라도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좋은 것 같아.”

그런 사진의 매력에 푹 빠져서 그런지, 카메라에 대한 욕심도 많다. 흔히들 사람들이 명기라고 말하는 필름 카메라 중 ‘핫셀 브라더’, ‘라이카’ 등은 물론이고 현재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는 디지털 카메라도 큰맘 먹고 구입했다.

“옛날 필름에 비해 디지털로 바뀌면서 돈이 얼마 안 들어. 예전에는 거의 봉급의 절반을 필름 값에 썼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마누라한테 미안하지. 그런데 내가 술, 담배를 안 해고 그 돈으로 사진에 많은 투자를 했어(하하). 그래서 그런지 사진을 빼놓고서는 내 인생에서 말할 것이 없어.”

사진과 함께 한 긴 세월동안 그는 많은 약 60여 대회에서 수상을 하였다. 우체국 곳곳에 걸려있는 커다란 액자 속의 풍경 또한 그의 작품들. 그 하나하나의 작품 속에는 그의 오랜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한다.


우리, 부족함 때문에 오히려 넉넉해질 때가 있다

“임실 없는 집에서 태어나서 초등학교만 나왔어. 혼자 이것저것 하다가 독학해서 20살에 기능직 공무원으로 우체국에 들어왔었지. 그때가 73년도. 첫 발령지는 수박으로 유명한 고창에 있다가, 남원에 1년 있었지. 그 다음에는 익산에서 또 1년 있다가 전주로 왔어. 전주에서 77년도부터 근무를 했어.”

집배원의 생활. 아침 8시부터 시작해서 자신이 맡은 구역을 마무리할 때까지 남는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그렇게 일을 하고 격주로 토요일에는 택배를 보내기 위해서 절반씩 나와 두 구역씩을 맡게 된다. 이곳 동전주 우체국은 약 80 구역 정도.

“그 당시에는 지금에 비해선 사람들이 정이 있었어. 하도 작은 동네라서 주민들을 자주 대하니까 그 집 밥그릇이 몇 개인지 알 정도였지. 불편하고 어렵게 살았을망정 자전거 타고 다니던 그 시절이 정말 그리워. 지금은 사람들이 너무 각박해.”

의심이 가득 찬 세상으로 변해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그에게 큰 상처로 다가온다. 예전의 모습으로는 집배원이 가져다주는 편지 한통이 정말 받는 사람에게 있어서 큰 기쁨으로 다가왔을 텐데.

“가장 인상 깊었던 분은 20년쯤 됐는데 부모님들은 아들이 군대에 들어가면 옷을 소포로 받잖아. 풍남동에 배달했을 때 그런 소포를 배달하러 왔더니 나를 붙잡고 펑펑 울더라고. 거의 어머니들이 다 그러시는데, 유난히 그분은 날 붙잡고 펑펑 우셔서 지금도 인상이 남아. 지금은 길거리 가다가도 인사하고 그래.”

그, 그녀를 만나다

“익산에 있을 때 마을 이장이 중매를 서주겠다고 하더라고. 그랬더니 자기 동생을 중매로 소개시켜 주는 거야. 그래서 몇 번 만나보고 바로 결혼했어. 그때 자취하기도 힘들고 그래서 바로 결혼했지(하하). 하지만 후회는 안 해.”

자신이 벌어들이는 수입의 대부분을 어려운 사람을 위해 쓴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뒤에서 묵묵히 지켜봐주는 그녀에게 그는 매일 감사함을 느낀다.

“집사람이 참 착해. 남을 조금이라도 도와주려고 그래. 베푸는 성격이지. 내가 돈을 펑펑 벌어다 줬으면 남에게 더 많이 주고 그랬을 텐데 내가 잘 못 벌어줘서(하하).”

집배원의 생활을 하면서 그에게 가장 크게 다가온 행복은 아내와, 가족, 그리고 사진이다. 편지와 한 꾸러미의 소포를 정성껏 배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의 땀이 오늘 이 시간에도 곳곳에 서린다.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이 뭐 별거 있겠어. 건강하고 직장 열심히 하면서 남에게 더 베푸는 삶을 살다가 가고 싶어. 이 일을 그만두게 되면 사진에 몰두해야지. 내 마지막 소원이라면 나의 사진 개인전을 열고 싶은 마음이야.”

어렵게 사는 사람들의 죽음을 준비해주는 길. 바로 이것은 ‘찍사’ 집배원 안태현씨의 이야기다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충절로 129, 2층(우 31126)       Tel:041-579-4501 (사무총장 010-4808-4263)       Fax:041-576-0122 (0303-0674-4501)
Copyright 2020 충남교육노동조합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