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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원하지 않는 지방분권
· 작성자 : 차령산맥   · 작성일 : 2009-05-04   · 조회수 : 94
· 첨부파일 :

 

아무도 원하지 않는 지방분권

정리=홍 철 대구경북연구원 원장

지역발전을 이루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국가발전의 초기단계에는 정부가 직접 지역에 각종 SOC 투자를 하고, 기업을 유치하는 중앙정부주도형 지역개발정책이 추진된다. 우리나라도 60년대 이후 개발년대 동안 이러한 방법으로 지역개발이 시행되었다.

선진국의 경우 국가발전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면 중앙정부의 기능을 지방에 넘겨주는 분권을 통한 지역개발정책으로 바뀐다. 특히 90년대 이후 세계의 경제적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가(Nation)보다는 지역(Region)이 경제단위로 부상하게 되었고,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광역경제권(뉴욕권, 런던권, 도쿄권 등)의 경쟁력 제고가 바로 국가경쟁력의 핵심이 되고 있다. 그래서 중앙보다는 지방의 역할에 무게를 두는 지방분권이 지역발전정책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한편 프랑스의 경우 60년대 이후 수도권(파리)의 기능을 지방으로 분산하는 분산정책을 통해서 지역발전을 도모하여 왔지만, 90년대 이후는 지방분권을 통한 지역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참여정부시절 분권보다는 분산정책을 채택하여 수도권의 공공기능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와 혁신도시 건설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신도시 건설(전국적으로 11개소)에 따른 문제점이 노출되고, 다른 국가정책과의 괴리현상이 발생하고 있어 국가발전에 득보다 실이 크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중앙집권적인 국가 중의 하나이다. 이제 1인당 국민소득도 2만 달러 가까이 와있으니, 지속적인 국가발전을 위해서는 우리도 선진국처럼 지방분권형지역정책을 통해서 지역의 경쟁력과 나아가서는 국가경쟁력을 제고시킬 때가 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참여정부와는 달리 세계적 흐름인 광역경제권 구축(5+2)을 통한 지역발전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문제는 누가 광역경제권을 성공적으로 구축하여 지역의 경쟁력을 제고시키느냐 하는 것이다. 중앙은 지역실정을 잘 모르고, 지역은 힘도 역량도 없다. 개발시대의 중앙집권적 방식으로는 지역발전을 꾀할 수 없는 만큼, 중앙은 지방에 권한을 넘겨주고 지방의 역량을 키워나가면서 지역발전을 도모할 수밖에 없다. 중앙정부는 지역발전계획의 사전적 조언자로서 그리고 사후적 감시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만 할 것이다. 지방분권만이 광역경제권을 성공시키고, 지역의 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다는 결론이다.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국가 간 경제전쟁에서 중앙정부는 국가비전 수립, 통상교섭, 국가안보 등에 집중하고, 내치에 관한 권한은 상당수 지방에 넘겨주는 것이 선진국 진입의 지름길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지방분권과 관련된 권력주체들의 실상은 어떠한지 살펴보자.

◆ 우리나라의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국정운영에 따른 모든 책임을 지고 있다. 대통령은 국가의 제반 당면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사회 각계의 협조와 지지를 받아야 한다. 특히 중앙부처 공무원은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공유해야 한다. 지방분권의 본질이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에 넘겨주는 것이다 보니, 중앙공무원은 그들의 권한을 빼앗기는 지방분권에 결코 동의할 수가 없다. 대통령은 국가발전의 기틀인 지방분권보다는 당면한 경제위기 해결을 위한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구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이명박 정부는 지방분권추진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하여 지방분권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얼마나 역할을 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지방분권과 관련된 숙원과제인 지방소재 특별행정기구(지방노동청, 환경청, 중기청 등)의 지방이전만이라도 이뤘으면 좋겠다.

◆ 국회의원은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만큼, 지역발전을 위한 지방분권에 발 벗고 나서야 할 것 같은데, 실상은 정반대이다. 지역의 권한이 강화되면 지역발전과 관련된 제반정책수립·추진은 지방의 몫이 되어 버린다. 국회에서 국정을 고민해야 하는 국회의원은 지역구 유권자들의 환심을 살 수 있는 지역개발사업에서 손을 떼야 하니, 다음 선거를 걱정해야 하는 그들이 기댈 곳이 없어진다. 국회의원들은 지방의 시군구의원까지도 공천이란 이름으로 장악하고 있지 않은가? 오히려 국회의원들은 지방분권에 걸림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지방자치단체장(도지사, 시장, 군수)들은 중앙정부로부터 예산사업을 많이 따와야 일 잘한다고 칭찬 받는다. 중앙집권체제하에서 그들은 잘 안되면 중앙정부나 정치권 탓으로 돌리면 된다. 그런데 지방분권이 실시되어 재정권(예산)과 행정권(법령 등)이 지방에 주어진다면 그들은 지역발전과 관련하여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또한 권력이란 속성상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투쟁을 통해서 쟁취하는 것인데, 지방의 수장인 단체장들이 권한쟁취의 선봉에 설 수밖에 없다. 다음 선거가 제일의 관심사인 지방단체장들에게는 중앙과의 투쟁을 통한 지방분권이나 무한책임보다는 지역사업 추진을 위한 교부금이라도 늘려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것이다. 사안이 이럴진데 지방단체장들이 지방분권을 위해 앞장서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 큰 야망이 없는 지방공직자들은 상사가 시키는 일만 잘하면 매년 자동적으로 봉급이 오르고, 가족들과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즈음 지방공무원들은 상당히 힘들어 한다. 능력은 한계가 있는데 단체장들의 지시는 많고, 민원은 폭주하고, 각종 감사는 시도 때도 없이 들이 닥친다. 오늘의 상황도 이럴진데 지방분권이 되어 더 많은 책임이 주어진다면 그들은 권한이 늘어나는 것을 반가워할까? 지금도 건건마다 중앙정부로부터 유권해석을 받고 행정집행을 하고 있는데... 지방분권이 시행되어 개인별 연봉제라도 도입되면 큰일이다.

◆ 지역발전의 가장 큰 수혜자는 지역주민이다. 일제시대와 개발년대를 거치면서 우리나라에는 마을이니 동네니 하는 지역공동체(커뮤니티)가 없어졌다. 특히 아파트가 보급되면서 모두가 제각각이다. 스스로 노력해서 내가 사는 고장(도시)을 잘 만들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들의 삶을 위해서 누군가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지역주민들은 권한을 대통령이 가졌든, 시장·군수가 가졌든 사실 상관 않는다. 지방분권에 대한 개념조차 없다. 나랏님들이 잘 살게만 해준다면, ‘내 가정’만 챙기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오늘날 우리 지역민들의 소망일 것이다.

◆ 이외에도 지방분권과 관련된 주체로서 양심세력이라 할 수 있는 교수, 언론, 시민단체가 있을 수 있다. 중앙(수도권)에 소재한 교수는 지방사업평가 등 중앙집권이 가져다주는 일거리에 여념이 없다. 중앙언론도 수도권 주민이 가장 큰 그들의 고객이다. 시민단체는 관심은 있지만 힘만 들고 가시적인 결과가 없는 지방분권보다 다른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모두가 ‘대한민국=서울’이란 등식을 깨고 싶어 하지 않는다. 지방에 소재한 교수, 언론, 시민단체는 하루하루 생활도 힘든데, 아무도 원하지 않는 지방분권문제에 관심을 가져봐야 득이 될 게 없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 지방분권은 꼭 필요한 필수사항이지만, 진심으로 지방분권을 고민하거나, 지방분권을 위해서 몸을 던지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 ‘왜 선진국의 경제단체들은 지방분권에 앞장서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자.

작금의 제반 상황을 종합해 보건데, 헌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강소형 분권국가같은 지방분권혁명이라도 있어야 될 사안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조선일보와 한국선진화재단이 조그마한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어서 감사할 따름이다.

「분권아! 힘내라! 다 때가 있는 법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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